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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유럽여행을 가는가?2019년의 유럽여행기/0. 출발하며 2020. 3. 1. 19:34
a. 이 글은 교회를 떠나 인천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기내에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유럽 내 경유비행기를 기다리며, 내가 왜 유럽여행을 가는지 고민하며 썼던 글이다.[2019.1.28에 얼굴책, 인스타에 게시] 30살이라는 큰 변곡점과 홀로 유럽여행이라는 걱정반_기대반의 이벤트를 맞이하며 가졌던 여러 생각들이 적혀있다. 글을 다시 보니 그 때의 생각이 기억난다. 아래가 당시 올렸던 본문이다.
1. 가위바위보와 귀도 드 브레
2017년 1학기 종교개혁사 수업에서 교수님은 발표팀플 신청자를 받았다. (당연히)신청자가 부족하자 가위바위보를 통해 강제신청자를 결정하게 되었고, 나는 가위바위보를 졌다.
우리 조 발표 주제는 "귀도 드 브레의 벨직신앙고백서를 통해 본 종교인 과세" 였다. 네덜란드의 종교개혁가인 귀도 드 브레를 조사하다가 '네덜란드 종교개혁지에 가보고 싶다' 라는 마음이 들었다. 원래는 2018년에 유럽여행을 떠나려 했지만 아나톨레[편집 주. 지금은 아나톨레가 아나톨레와 한책의 사람들로 분립했다. 나는 한책의사람들에 속했다.] 학생 대표때문에 바빠서 2019년에서야 오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 중에 네덜란드 일정은 마지막 귀국 여정 중 10시간 경유밖에 없다. 아무래도 네덜란드쪽은 종교개혁 시기가 늦다보니 다음 기회에 갈 것 같다. 이번엔 pre-reformed인 후스(프라하)부터 루터(비텐베르크,아이슬레벤)&칼빈(스트라스부르,제네바)을 만나려 한다.2. 30살, 홀로서기의 시작점
요즘 한국나이를 만 나이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대세다. 만 나이로 하면 28살이니 2살이나 어려져서 기분은 좋지만 그래도 아직은 한국나이가 더 익숙하다. 2019년에 한국나이로 30살이 되었다. 앞 자리가 바뀌어도 큰 변화는 없지만 이제 홀로서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공자는 이립, 30세의 홀로서기를 말했다. 예수님도 30세쯤 공생애를 시작하셨으니 30세는 홀로서기의 시작점으로 적절한 시점이다.
여행사도 동행도 없이 완전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이 쉽진 않다.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하셨지만 여행 컨셉을 <홀로 다녀오는 종교개혁지 여행>으로 결정했다. 누구 말대로 "김호아씨를 잘 만나고" 와야 겠다.3. 지금이 아니면 언제가랴
원래 유럽여행을 2018년에 가고 싶었지만 학교에서 아나톨레 학교대표를 하느라 겨를이 없었다. 임기도 끝나고 졸업예정자가 되어서 걱정 없이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여행을 다녀오면 돌아오는 화요일에 졸업이다! 진정한 졸업여행이다.
우리 교회는 겨울성경학교가 없다. 그리고 2년 동안 짬을 먹으며 명절에는 주로 전 연령이 연합예배를 드려서 부서예배가 없다는 패턴을 발견했다. 설 주간을 끼우면 내가 빠져도 큰 부담이 없다.
30살도 되었고 모든 타이밍이 좋다. 바로 지금이다!4. 졸업 후, 나는 계속 이대로 가도 좋은가?
졸업을 하면 6월에 강도사고시를 봐서 10월에 강도사가 된다. 다음 해 가을에 목사안수를 받을 수 있다.(개인적으로는 결혼 후에 안수를 받고 싶다.) 강도사까지는 멈출 수 있으나 목사 안수를 받으면 평생 목회를 한다. '내가 목회를 해도 될까? 내가 꼭 해야 할까?' 고민이 되는 이 시점에서 종교개혁지로 가서 이 일을 위해 목숨을 던진 사람들을 만나보고 생각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여행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는 뒤로 돌아갈 수 없다. 암스테르담에 떨어졌다. 이번 여행의 제1 목표인 무사귀환을 위해 기도한다. 홀로 욜로하다가 골로가면 안 됀다.
w. 글은 호기롭게 썼지만 그 때 인천 출발 비행기를 타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디를 가보고 싶다는 리스트만 작성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디를 가겠다고 결정하지 못했다. 누구를 의지할 수 없고 완전히 혼자만 다녀야했다. 게다가 유초등부 예배를 드리고 저녁까지 교사교육을 진행하느라 몸이 많이 피곤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갈까?'라는 생각도 30초 정도 했다. 그러나 이미 질러버린 항공권과 유레일패스를 취소할 수 없었기에 될 대로 되라지 하며 비행기를 탔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포기하지 않고 그대로 직진해버린 내가 대견하다. 여기서 뒤로 물러났다면 많은 것들( 용기, 도전정신, 자립심, 이방인의 마음, 타문화권에 대한 이해 등)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돌아보니 나는 성장하기 위해 유럽여행에 갔다. 30년의 시간과 전혀 다른 11일을 보내며 성장해서 돌아왔다.